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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오즈 마법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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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았다. 아침부터 손흥민 축구를 보겠다고 모여 맨시티와 벌인 ‘카라비오컵’ 결승전을 봤다.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조금 더 기회가 많은 맨시티가 1:0으로 이겼다. 풀타임 뛴 손흥민은 경기 후 주저 앉아 울었다. 패장은 말이 없다, 눈물만 있을뿐.

경기 보며 엘리스 팬케익 아점. 먹고 별안간 “다운타운 가자” 급제안, 일찍 깨 졸려 죽겠는데도 ‘다운타운인데?’ 하는 소리에 솔깃, 동행을 결심했다. 그래서 예정에도 없이 다녀온 시카고 시내. 차에서 내리지도 말고 그냥 드라이브만 하고 오자,고 갔다.

이런 방어벽은 이제 다운타운 일상이 됐다. 공권력 폭압이 BLM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그게 되나. 밀레니엄 팍 늘 차 세워두는 곳에 주차하고 좀 걷자 했다. 밀레니엄 팍을 관통해 볕 좋은 그곳 풍경을 즐겼다. BP 브릿지를 지나 제이 프리츠커 패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을 거쳐 늘 봐도 좋은 ‘땅콩'(The Bean. Cloud Gate)에 들렀다 다시 차로 오는 산책.

아이가 귀여워 한 컷. 솜사탕 먹고싶어 찍은 거 아님.

테슬라 모델3 자동 주차 모습. 한번에 성공. 성능 개선됐다고 차주들도 감탄.

암벽등반 구조물. 아직 이용 불가.

BP 브릿지. 개방해 처음 걸어봤다.

제이 프리츠커 패빌리온. 공연 없으니 잔디만 살판났다.

코로나19 땜 오래 푹 쉬는 땅콩.

왠지 구글 로드뷰 느낌 물씬. 직찍임.

그리고 이어진 제안. 다음 행선지, 요즘 테크 기업들 모이는 핫플레이스 ‘풀턴 마켓'(Fulton Market)을 갈래, 링컨파크 동물원을 가볼래? 둘 다 못 가본 곳이라 둘 다 땡겼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해서 링컨파크를 택했다. 동물원, 들어가보는 건 담에 하기로 하고 일단 어딘지 ‘맛뵈기’만 하기로.

시카고가 대단한 게 도심 건축물도 유명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난개발하지 않는다는 것. 도심 진입하는 미시간호수 주변을 자연친화적으로 보존한다는 점, 이 비싼 땅에 이렇게 무료 동물원을 제법 규모 있게 둔다는 점 등등이 그것.(물론 주차비는 받지만.^^) “역시 시카고” 우리끼리 찬탄하며 동물원 도착.

동물원 주차장은 유료다(하루 25~30불). 하지만 ’30분 무료’라서 주차장 관통하면서 ‘여기가 입구’ 이 정도 둘러볼 수는 있다. 날 좋은 휴일, 백신도 많이 맞아서인지 주차장 차들이 꽉 들어서 있었다.

이게 주차티켓. 들어갈 때 받아 나올 때 정산하면 된다. 30분 내 나오면 공짜.

여기가 정문이란다.

그래도 링컨파크 동물원 묘미는 ‘스트리트 파킹’이다. 그 뒷편으로 가면 길가에 길데 늘어선 차들을 볼 수 있다. 이곳도 차가 많았다. 운 좋으면, 차 세워두고 ‘공짜로’ 동물원 구경하는 게 시카고안들 또 재밋거리 중 하나. 담에 해보기로.

스트리트 파킹 쪽 ‘정문’ 같은 후문. 삼삼오오 많은 입장.

담엔 들어가보자. 여기는 물론, 일리노이 어디에도 코끼리는 없다고.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 동상이 입구 왼편에 있다.

‘이 곳 온 김에 어르신들 사시던 근처 노인아파트 가보자.’ 그렇게 또 ‘여행’은 이어졌다. 부모님 세대가 미국에 이민 와 자리잡고 사셨던 곳이 불과 5분 거리에 있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오즈 파크'(OZ Park). 차 안 내비를 봤을 때는 그냥 흔한 동네 공원 중 하나려니 했다.

​그게 페친들 ‘숨은 보석’이라고 강추했던, ‘오즈의 마법사 공원’이었다. 공원 입구 ‘양철 나무꾼’을 봤을 때 덜컥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차 어떻게 세우든말든 내려 일단 사진부터. 페친 소개 본 기억 있어 도로시랑 겁장이 사자, 허수아비도 어딘가 있어야 했다. 공원을 찾아다녔다. 퍼즐 맞추듯 모두 다 직찍 성공!

사자가 제일 볼품 없었다. 잘 좀 만들지, 이왕.

공원에 사람들 엄청 많았다. 아이들도 많았고 부모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은 놀이터에, 야구 배트 들만한 아이들은 야구 경기를 하느라 여념 없었다. 잔디에 앉아 얘기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사람, 나란히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추억의 노인아파트를 둘러봤다. 오즈파크 바로 옆, 빈곤 어르신들을 위해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아파트란다. Dickens & Burling Apartmenrs. 지금은 한인들 많이 없지만, 부모님 세대 처음 터잡고 각자 ‘미나리’ 삶을 사신 곳. ‘나중 다 여기 모여살자’ 이 얘긴, 지리적인 이점 때문이었다. 호수도 가깝고 다운타운도 가깝고, 오즈 파크도 있고 불라불라. 어떻게 살아? 모르지, 그건.

잠깐 마실다녀오자 한 게 엄청 많은 일을 하고 온 꼴이 됐다. 아점 먹고 출발했는데 모두 배가 고팠다. 출발, 도시와 뒤섞인 듀폴대 구경. 그리고 중부시장 2층 식당으로 고고. 난 회덮밥을 먹었다. 이렇게라도 회를 보충하고 싶었다.

엄청 커졌단다. 미국은 대학이 생활권 내 공존한다는 게 지금도 신기. 안다녀봤으니 뭐.

귀갓길 조우. 팟벨리(Potbelly) 시카고 1호점이란다.

횟감 제법 풍성. 이게 얼마더라.

중부시장 글렌뷰점 실내 전경.

집 와, 잤다. 일요일은 쉬어야 했다. 그래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윤여정’을 호명할 땐 기분 째졌다.

(23:18.0425.해)

© 2021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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