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보타닉 가든 입장료 인상 공공재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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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년부터 ‘주차비+1인당 입장료’ 변경…볼 건 있고?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N 10. 2023. SAT at 10:28 PM CDT

제철에 먹어야 할 것은 과일만 아니다. 보타닉 가든(Chicago Botanic Garden)도 제철(!)에 가야 한다. 게다가 안 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개인적으로 그 유명하다는 보타닉 가든(혹은 보태닉 가든), 지지난 주 일요일(5.27)까지 난 세 번 다녀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돈내산 식물원을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보타닉 가든-Englis Walled Garden
이른바 영국 정원(Englis Walled Garden). 보타닉 가든 여러 정원 중 그래도 제일 잘 정돈되고 볼 게 많았던 곳.

무엇보다 입장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2021년까지만 해도 주차비만 내면 됐다. 차 안에 사람이 몇 명이 타고 있든 그냥 ‘차 1대 값’만 내면 가든 자체는 무료입장이었다. ‘공공 공원’이라는 점에서 선택한 최선.

한 예. 2019년 5월 당시 입장료가 이랬다. 회원은 무료. 비회원 경우 승용차 주말/공휴일 30불, 평일 25불, 밴과 버스/리무진 일괄 각각 30불/65불. 시니어 시민 화요일 10불. 쿡 카운티 주민은 할인. 주차비만 받는 시스템이라서 ‘자전거 타고 오면 보타닉 가든 공짜’ 이랬다. 그래서 정말 자전거족 많이 보타닉 가든 이용했더랬다.

이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확 바뀌었다.

보타닉 가든- 2019 Vs 2023
보타닉 가든 입장료 변화. 위 2023년 5월, 아래 2019년 5월. 지난해 1월부터 없던 1인용 입장료가 생겼고, 그래서 많이 비싸졌다. 입장권 매표소 있고(위쪽 오른쪽. 2023년), 없고(아래 오른쪽. 2019년)

2022년 1월부터 주차비와 별도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무려 43% 인상. ’50년 역사상 처음’이며 보타닉 관계자들 말 빌려 “정원 보수, 방문객 위한 프로그램 강화, 정원 운영비 인상 등 때문”이라고 당시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2023년 입장료, 자 계산해 보자.

들어갈 때 주차비 일반 승용차는 8달러다. 밴은 30불, 버스/리무진은 65불이다. 일단 주차비, 밴과 버스/리무진은 전과 동일하고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승용차는 25~30불에서 8불로 가격 낮췄다. 이날 무료 티켓 보여줬더니 “그건 여기선 못 써요, 쏘리” 매표원 아가씨(아줌마) 표정이 선하다.

문제는 주차장 차 세워놓고 가든 입구에서 받는 1인당 입장료. 없던 요금 추가로 내야 하는 곳이 여기다. 무료입장권 들고 입구로 갔는데, 표 점검 청년이 말하기를 “이거 1인용”. 난 사서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네. 좋아 그럴 수 있다. 까짓, 얼마나 비싸랴, 매표소로 갔다.(솔직히 당황)

에구구. 장난해? 어른 쿡 카운티 주민은 23.95불, 쿡 카운티 외 입장객은 무려 25.95불.(참고로 3~12세 아이들은 각각 15.95불, 17.95불. 3살 미만은 무료다) 잠깐 망설였다. 뭐, 26불? 잠깐 thought through 했지만, 이왕 온 거 결국 사기로 했다.

그래서 실제 입장을 위해 들인 돈은 모두 34불. 무료입장권 1장 없었다면 두 사람 도합 60달러(주차비 8불, 입장료x2=52불)란 소리다. 요금 인상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일요일(주말) 두 사람 왔다면 주차비 30불로 끝낼 수 있었다. 5명 타고 왔어도 30불.(현행 요금제로는 138불. 이런). 이런 셈법이면  ’42% 인상’이라고, 인상 폭은 그 한참 이상이다. 게다가 이젠 자전거 이용 고객, ‘아 옛날이여~’ 통곡할 듯.

보타닉 가든-풍경들
보타닉 가든, 385에이커 규모에 28개 정원과 4개 자연 구역으로 구성돼 있단다. 발품 좀 팔아야 한다.

그렇게 들어갔다. 그래도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동양인들 많은 걸 보니 관광객들인가 싶지만, 그건 추론. 주차장 꽉 찼으니, 보타닉 가든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 아니다.

첫 번째 방문 때는 ‘드디어 왔다’는 경외감이 남고, 두 번째는 뭔가 ‘화사하다’ 그런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다. 세 번째라서 그런가? 감흥이 덜했다. 아니 없다시피 했다. 넓은 정원, 터벅터벅 걷기는 하는데, 입장료 충격을 상쇄할 만한 어떤 볼거리도 없었다.

때가 안 좋았다. 민감한 건지 어디선가 잔뜩 거름 냄새가 자연의 맛과 멋 풍미를 훼방했다. 5월 말인데 제철 아닌가, 꽃도 많이 볼 수 없었고 튤립은 다 졌다. 기분 때문인가, 볼거리는 물론, 코를 찌르는 꽃냄새도 그래서 맡을 수 없었다.

비로소 가본 ‘일본 정원’은 실망 그 자체였다. 덩그러니 일본식 가옥 한 채, 일본 고유의 방식으로 정원을 꾸몄다는데 화려한 홍보와 달리 ‘뭐지?’ 이러다 말았다. 그냥 한번 돌아보고 나왔을 뿐이다. 보타닉 가든 내 ‘한국 정원’ 들이자고 한인사회 일부 한때 열심 추진했는데, 했으면 이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뜻 못 모아 이 계획은 무산됐다.

보타닉 가든-일본 정원
세 번째 방문 가장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실망이 컸던 곳.

그레이엄 벌브 가든(Graham Bulb Garden). 지하에 10만 개가 넘는 구근(bulb. 전구 아니다. ㅎ;;) 등이 있으며, 봄이면 수천 송이 튤립의 생생한 색채를 볼 수 있단다. ‘새로운 품종의 수선화, 튤립, 관상용 양파, 프리틸라리아, 백합을 심어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일정한 색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게 가든 측 설명. 못 봤다. 안 본 건가.

기차 공원(Model Railroad Garden) 여긴 볼 만했다. 각 주별 특징 건물 등을 앞세워 미국 50개 주를 한 데 모았고 그 철로 위를 앙증맞은 정원용 기차들이 열심히 달린다. 모두 18개 기차가 26개 다리를 지나 운행한단다. 18개 선로 총 길이 487m. 5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고. 멤버십 전용도 아닌데 입장할 때 왜 입장권 한 번 더 체크하는 지는 모르겠다.

보타닉 가든-모델 레일로드 가든
보타닉 가든 모델 레일로드 가든. 아이들 많이 좋아하더라. 5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487m의 18개 선로 위를 18개 장난감 기차가 26개 다리를 지나 운행한다. 어쩌면 최대 볼거리.

그리고 여기. 그냥 ‘가로수길’로 부르는 이곳은 올 때마다 칭송한다. 기회 주어지면, 이곳 사계를 담고 싶다.

보타닉 가든 가로수길
일명 가로수길. 보타닉 가든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처음 보는 거, ‘버드나무 묘목’으로 만들었다는 ‘루커리’(The Rookery)라는 게 있더라. 보타닉 가든 개원 50주년 맞아 지난해 만들어진 작품 중 하나. 작품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데, ‘그래서 뭐?’ 했다. 난 아트와는 거리가 먼가 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 사는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가 이를 만들었다.

보타닉 가든-루커리
‘버드나무 묘목’으로 만들었다는 ‘루커리’(The Rookery). 보타닉 가든 개원 50주년 맞아 지난해 만들어진 작품 중 하나.

다음은 보타닉 가든 자체 설명.

쿡 카운티 산림 보호구역의 보물 중 하나인 시카고 보타닉 가든은 385에이커 규모의 살아있는 식물 박물관으로, 28개 정원과 4개 자연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 액티비티가 가득한 이 식물원은 연중무휴 운영된다. 1972년 일반에 개방된 이 정원은 시카고 원예협회에서 관리하며 미국 박물관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s)의 인증을 받았고 미국 공공 정원 협회(American Public Gardens Association, APGA)의 회원이다.

모르겠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 액티비티가 가득’하다는데, 식물학자 아니면 뭐 하나 즐길 수 있을지. 냄새라도 자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대로, 시카고 오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 다녀와야, ‘아, 이래서~’ 깨닫는다. 

보타닉 가든은 글렌코(1000 Lake Cook Road Glencoe, IL 60022)에 있다.

보타닉 가든-한국 학명
걷다가 우연히 발견. 식물 안내판에 ‘Korea’가 써 있다. ‘한국’과 뭔 관계인지 안 찾아봤다. 그냥 반가워서.
보타닉 가든-풍경들
보타닉 가든, 385에이커 규모에 28개 정원과 4개 자연 구역으로 구성돼 있단다. 발품 좀 팔아야 한다.
보타닉 가든-분재 기타
보타닉 가든 분재 전시관이 별도 마련돼 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먹거리와 마실거리 파는 곳. 맥주도 판다. ‘가로수 길’ 옆에 있다.

보타닉 가든-기타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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