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성추행 고소 관련 KAN-WIN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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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는 세상에서의 젠더 폭력 피해자를 위한 안전한 공간

고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망에 관한 뉴스로 인한 슬픔과 충격이 한국 전역을 너머 이곳 미국까지 전해졌다. 박 시장은 여성을 포함한 소외 계층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웠던 전직 인권 변호사였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것은 그의 사망 전날, 그의 비서가 자신에 대한 성희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인들 사이에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 분열은 피해자에 대한 맹렬한 비난과 심지어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추가적인 폭력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에, 젠더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서 KAN-WIN(여성핫라인)은 이 사건에 관련된 일체의 정치적 사안을 배제하고, 온전히 생존자의 관점을 최우선으로 전면에 제시하기 위해 이 성명서를 쓴다.

이 사건이 한국과 그 영향권의 #MeToo 운동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길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극단적 양극화와 악의적인 피해자 비난을 야기시키는 사회적, 개인적 반응, 그리고 심지어 일부 사람들의 박 시장의 인권 옹호를 위한 투쟁의 기록을 지우려는 시도는 피해자가 이미 직면하고 있는 두려움을 가중시킴으로써 그들이 정의 추구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성희롱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한국 통계 61.1%; 미국 60 %의 여성이 직장 상급자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침묵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과 이 사건을 지켜보는 (앞으로의 삶에서 성희롱을 경험할 수 있는) 미래 세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양극화 반응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있는 기회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KAN-WIN의 30년간의 생존자 지원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폭력과 억압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우리가 생존자와 함께 일할 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자신을 해한 가해자들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믿어지는 ‘안전한 공간’을 갈망하며, 가해자가 그들의 행동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받고, 다시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 행동의 변화를 원한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말을 듣는 데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자신의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갈 곳이 없이 자신의 정의를 위해 법적 시스템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제 한국 검찰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인한 성희롱 혐의를 기각할 예정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망자에 대한 조사는 예의가 아니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피해자의 주장이 양탄자 밑으로 휩쓸려 버리면 피해자와 그녀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침묵시켜 버릴 것이다. 그녀의 외상은 그녀 자신의 인간성 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함께 씹어 삼켜 버릴 것이다.

생존자와 함께 일할 때, 우리는 가해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판 또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사람이 변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며, 그들의 유해한 행동 자체로 그 사람을 정의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폭력과 억압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희망을 스스로 짓밟는 것이다. 우리는 올바른 책임 과정과 구제의 경로가 주어지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그리는 세상에서 생존자들은, 그들이 겪은 피해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진심으로 들어줄 안전한 공간을 찾고, 치유와 정의를 추구할 지원을 얻는다. 또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황을 바로 잡을 기회를 갖는다. 비로소 우리는 자유롭게 고인이 된 가해자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업적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결점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진실을 밝히고 마땅한 곳에 정의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전한 플랫폼이 제공된 것을 기쁘게 확신할 것이다.

지역 구성원들의 양극화, 희생자 비난, 또는 가해자를 향한 비방은 우리를 억압과 불의의 확산으로밖에 이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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