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의 평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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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턴 열연 위안…은유 빌린 퀴어

영화를 보게 되는 동인 중 ‘제목’이 있다. 왠지 멋진 제목이면, 더 끌리는 어쩔 수 없는 근성. 이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그렇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건 선배 페북 글을 보고 알았다. 그만큼 사전 정보가 없었다는 얘기.

이거, 영어로 해놓으면 더 멋지다. ‘The Power of Dog’. 게다가 성경 구절. 영화 마지막 장면에 제목이 차용한 성경 원문(시편 22편 20절)을 보여준다.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love from the power of the dog.” 개역개정) 영화의 직접 주제이다.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또 있다. 먼저 감독이 무려 제인 캠피온(Jane Campion)이다. 그렇다. ‘피아노’(1993)를 만든 그 감독. 이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에 빛난다.(바닷가 놓인 피아노, 그 포스터는 지금도 아련) 그뿐이랴. ‘내 책상 위의 천사’(1994), ‘스위티’(1995), ’여인의 초상’(1997) 등등 한때 작품상 찬연한 내로라하는 작품들로 사람들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주연 배우들. 지금은 마블 주인공으로 소비되지만, ‘셜록’ 시절 풋풋한 홈즈로 기억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스파이더맨의 여자’ 커스틴 던스트. 빼어난 미모 대신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배우들이란 공통점.(못 생겼다는 얘긴, 아님. 음) 특히 커스틴 던스트, 그냥 그렇고 그런 배우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도 생각했는데, ‘크레이지 뷰티플’(Crazy/Beautifu. 2001)을 보고 이 배우 매력에 흠뻑 빠졌다.

커스틴 던스트 참매력을 알려면 스파이더맨 아닌 ‘크레이지 뷰티플’(2001)을 봐야.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육감적인 화면에 가득하다.

정작 이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자체는 기대에 못 미친다. 126분 상영시간 2/3는 좀 지루하고 후반부는 해석의 여지만 남긴다. 뭘 말하려는 건지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2009년 ‘브라이트 스타’ 이후 12년 만의 작품이라는데, 아쉽게도 제임 캠피온의 평균작.

영화 배경은 1925년 미국 몬타나, 목장을 운영해 크게 돈을 번 필(베너딕트 컴버배치)과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 그리고 조지가 결혼 해 집에 들인 미망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절망적일 정도로 빼빼 말라 병약해 보이는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 네 사람을 둘러싼 얘기. 서부극을 빌린 복수극.

필과 조지 형제는 큰 부자다. 동생 조지와 결혼한 로즈를 ‘재산 노리는 창부’라고 호칭하며 온갖 멸시와 구박을 한다. 이 때문에 로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필은 방학을 맞아 집에 온 피터 역시 냉대한다. ‘마초대왕’ 필을 추종하는 소몰이꾼 무리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런 필에게 비밀이 있다. 자신에게 소몰이를 가르쳐 떼돈 벌게 해준 ‘친구’ 브롱크 헨리를 평생 추억한다. 피터가 필의 은신처에서 건장한 남성 누드 사진집을 발견하면서 필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이후 필은 피터에게 급속한 관심을 보이며, 관계를 돈독히 해가기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엄마 로즈는 늘 불안하고.

필 입장에서, 로즈 입장에서, 피터 입장에서 파편화돼 전개되던 영화는 결국 끝에 가 퍼즐을 맞춘다. 필은 죽고, 혐의는 고스란히 아들 피터에게 몰린다. 마지막 장면, ‘일을 끝낸’ 피터가 펼쳐본 성결 구절이 바로 시편 22편 20절.

시편 22편 20절. 이 편 전체가 ‘환난에서 나를 구해달라’는 다윗의 절규.

결국 ‘개의 세력’(he power of the dog)은 필(과 그에 동조하는 일당)이었으며, ‘내 유일한 것’(My love)은 피터에겐 엄마 로즈. 한 번 더 꽈 유추하자면, 목매달아 죽었다는 친부 역시 피터가 죽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아버지를 처음 발견한 게 나였다”는 피터의 고백도 이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 역시 엄마를 학대한 것 아닐까, 그래서?

의학을 배우는 피터의 ‘두 번째’ 살인은 조금 더 지능적이다. ‘탄저병’이라는 것도 막연히 미국 내 테러에 이용됐던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참에 배웠다. 흙 속에 사는 탄저균(Bacillus?anthracis)에 노출돼 발생하는 탄저병은 ‘감염된 동물을 다룰 때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또는 감염된 동물을 날로 먹는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단다. 피터가 왜 동물 시체를 해부했는지, 그 생가죽을 왜 필에게 건네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영화 공개 전 인터뷰 때부터 ‘동성애 코드가 있다’고 누설(!)했다는 컴버배치. 영화에서 그게 동생이든, 피터든 노골적인 광경은 안 나온다. 다만, 필 전신 누드만 두 번 정도 나온다. ‘혹시 피터랑?’ 후반부 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엄마 로즈만큼 관객들도 조마조마하긴 하다. 그랬을진 몰라도, 그 ‘사랑’은 필 입장에서는 비극으로 끝난 셈.

필은 피터에게 승마를 가르쳐주면서 ‘곁’을 내준다. 그게 그에겐 비극의 시작.

(필이 피터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첫사랑’ 브롱코 헨리만 봤다는 ‘개의 형상을 한 언덕’을 피커가 발견했기 때문이란다. 근데 아무리 봐도 내겐 안 보이더라.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

토마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 영화,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고. 선 극장 상영 후, 넷플릭스 12월 1일 공개.

#사족1. 그래서? 필이 ‘악당’인가?
#사족2. 이 영화 보면서 혹자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상했다는데, 안 그렇다. 그냥 냄새만 풍긴다.
#사족3. 이 영화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던 감독의 첫 퀴어영화라고.
#사족4. 묻자. 내게, 그리고 네게 지금 ‘유일한 것’은 무엇인가?

단 둘이 떠난 여행. 조지가 “혼자가 아닌 게 눈물난다”고 말하자 로즈가 그를 안아준다. 이 영화 가장 아름다운 장면. 하나는 외로워 늘 둘.

<14:18.1205.해.2021.完>

*원글: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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