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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앙 꼬띠아르. 프랑스 파리 태생의 이 배우를 주목하게 된 건 ‘러스트 앤 본(De rouille et d’os Rust and Bone, 2012)’이란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 자체보다 장애를 연기하는 그 강렬한 매력에 빠져 한동안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좇았다. 소피마르소나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 등과는 다른 그 어떤 ‘매(마)력’을 지닌 배우로서 인상만큼 연기도 강렬했다. 2007년작 ‘라비앙로즈’에서 그녀는 완벽한 에디트 피아프였다!
‘내일을 위한 시간’. 다소 낯선 2014년작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오롯이 그녀때문이었다. 감독이나 남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인상비평이나 후기 등 타자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본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일 것. 그리고 영화, 잘 봤다.
18명의 동료들이 1000유로의 보너스 때문에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던 동료의 복직을 반대했다. 먹고 살기 위해 다시 회사를 나가야 하는 여 주인공은 사장이 허락한 ‘재투표’에 모든 것을 걸고, 동료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나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설득 내지는 호소한다. 이 영화는 95분 내내 이 과정을 감정이입 없이 무미건조하게 담아냈다. 혹자는 동정하고, 어떤 이는 사과하며, 또 누구는 그녀를 내친다. 보너스가 절실한 사람들, “미안하다”는 말에는 여자 주인공은 “괜찮다”고 다독인다.
결과는 주인공의 기대를 배반한다. 그러면서 주인공 스스로 ‘회유’를 뿌리치고 ‘존엄’을 지켜낸다. “나 잘 싸웠지?” 남편에게 묻는 말이지만, 결국 자신에 대한 격려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자신을 지지해준 8명과 하나하나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살짝 감동도.
회사가 한명 빠져도 잘 굴러가더라, 사장이 노동자들에게 ‘동료냐, 보너스냐’의 선택을 강요하는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다. 단지 노동자들의 선택을 앞서 강요하는 반장의 존재가 대립각으로 설정돼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사장이 허락해준 재투표에 올인하는 여주인공과 남편. 애초 왜 그러한 잔인한 선택을 그들에게 강요했는지, 그런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 더해 “계약직 대신 네가 그 자리로 복직할 수 있다”는 회유까지 ‘사장(자본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이 영화엔 없다. 단지 복직을 위해 120여만원의 보너스를 택한 동료들을 설득해가는 여 주인공의 분투만 있을 뿐.
결국, 진 싸움이다. 인정에 혹은 동정에 호소 해 일자리를 구할 순 없다. 물론, 다른 일자리를 ‘어떻게든’ 찾으면 된다.(물론 그게 쉽지 않은 게 함정)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위해 ‘이틀 낮, 하루 밤(Two Days, One Night.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을 분투하며 분루를 삼켰나.
그리고 ‘해보자”며 그녀를 ‘현실’로 내모는 남편도 밉긴 마찬가지더라. 때론 그가 그녀의 격려가 되기도 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영화. 마리옹 꼬띠아르를 좋아한다면, 좋아할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