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SK이노 입국거절사건 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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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5월 무비자로 입국하던 33명의 한국인이 애틀랜타 공항을 위주로 몇몇 공항에서 대거 입국 금지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대기업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외곽에 짓고 있는 대규모 배터리공장 건설에 투입되기 위해 입국을 시도하다가 무비자(ESTA) 입국목적 위반으로 적발된 것입니다.

미국 대사관 인터뷰를 통해 미리 비자를 받지 않아도 미국 입국이 가능한 무비자 또는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는 미국이 현재 33개 우방국으로서 전자여권제도를 유지하는 국민에게 90일 이내로 여행(Pleasure) 또는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여행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이 혜택을 받고 있지요.

이 사건이 이민국의 헤드라인 보도자료와 한국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 회사가 큰 비난을 받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전문가로서 저간의 사정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사실 한국회사가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만드는 상황이 지난 10여 년 제법 많았습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가 조지아와 앨라배마에 들어오고 1차, 2차 납품업체가 따라서 공장을 세우면서 미국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단순근로자는 현지에서 채용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설비를 이전하고 구동하게 하려면 본사 전문기술자의 미국 파견이 공장건설과 사업 초기에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미국 비자를 고려하자면 사실 만만치가 않습니다. 미국 이민법이 소위 블루칼라 근로자에 대해서는 취업비자를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비자의 대표격인 H-1B는 4년제 대학졸업자에 한하고 쿼터가 있어서 추첨까지 하는 데다가 설사 통과한다 해도 입국 시점이 매년 10월경으로 정해져 있어 한국의 전문인력을 보내는 데 쓰기는 매우 불편합니다.

주재원비자는 L-1인데, 규정상 대부분 조직의 부장 이상 관리자에게 허락됩니다. 그래서 E-2라는 투자비자 제도를 활용해 한국에서 투자로 인한 직원 파견 형식으로 많이들 보낸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초기에 잠깐 투입되는 현장노동 인력을 그러한 비자로 보내는 것은 거의 거절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방문비자 B-1으로 들어와서 6개월 허락된 기간을 한두 번 쓰면서 있거나, 무비자 ESTA로 3개월 들어와 체류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활용됐던 것이고, 이민국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국회사를 배려해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입국자들 대응논리는 근무에 대한 보수를 미국 지사가 아니라 한국 회사에서 받으므로 무비자의 체류 목적인 비즈니스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었고, 심사관들은 일정 정도 이상의 취업목적이라면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다른 정식비자를 받아서 들어오라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실 이번 이민국 결정은 시기만 보면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대사관이 코로나 때문에 일체의 비자영주권 업무를 중단 중이었으니까요. 파견의 다른 대안이 아예 없었던 것이지요.

이번 사태를 개인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파견인원이 동시에 너무 대규모였고 중간에서 업무를 대행한 업체에서 허위서류를 만든 것이 특히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민국 보도자료를 보면 코로나 사태로 미국 내 실업자가 엄청나게 발생한 상황에서 한국근로자 입국이 미국민의 취업기회를 막는다는 것인데, 단속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변수를 차치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국계 회사들이 인력 충원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비자는 아예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취업비자 대용 방문비자’(B in lieu of H)처럼 정식취업비자는 아니지만, 방문비자 신청을 대사관에 하고 입국 후 조금 더 공식적인 단기노동을 허락받는 제도가 그것입니다.

/글=김영언 변호사(ryan@miraelaw.com)·법무법인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