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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호수도 땅콩도 모두 안녕…늦가을 정취 물씬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 그러니까 지난 8일 일요일 시카고 다운타운을 다녀왔다. 전날 트럼프 타워를 중심으로 당선을 축하하는 사람들 환호가 거셌다던데, 분위기 어떤가 내친김에 궁금도 했다. 게다가 돌이켜보니 올해 처음 가는 다운타운. 올봄에는 이사다 뭐다 바빴고, 직후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이면서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올해 처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다운타운 곁 두고자 미국 왔던 내가 아니었던가… 생각도 들었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언제나 다운타운을 갈 때는 관광객 모드이다. 자주 못 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여하튼 고속도로를 달려 저 멀리 다운타운 실루엣(왼쪽 존 행콕, 오른쪽 시어스. 둘 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이게 더 익숙)이 보이면 가슴이 콩닥콩닥. 나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를 켜더라. 이날, 11월임에도 7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돼 하늘도 창창.
시내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격렬하게 대학 합격 축하를 마친 이튿날 분위기랄까. 오가는 사람들도 적었고, 차들도 많지 않은 그냥 어느 때 일요일 모습. 옥수수빌딩도 그렇고, 존 행콕 건물도 그렇고, 땅콩(The Bean)도 그렇고 있을 건물 그대로 다 있었다.^^ 물론 트럼프 타워도.
트럼프 타워를 안 가 볼 수 없지. 전날 생각만 해서 이날도 사람들 좀 모였을 줄 알았는데 바닥에 몇몇 트럼프 반대 스티커 외 어떤 구호도 없었다. 다만, 이쪽에서 트럼프 타워 쪽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들어 올려져 있었다. 사람들 접근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라간 다리와 트럼프 타워를 한 화면에 담으니 뭔가 차용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느낌이다. 그리고 그 찰나에 ‘스톱’(Stop) 사인이 점멸하고. ’Stop Trump’, 모두 같은 생각인지 사람들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다.
미국은 풋볼이나 야구에서 우승하면 약탈을 하는 묘한 관행이 이어지는 곳이다. 최근에 월드시리즈 제패한 LA가 그렇고, 시카고에서도 불스 우승했을 때 축하시위가 결국 약탈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었다고. 시위하다 툭하면 약탈, 이것도 내가 안 좋아하는 모습. 여하튼, 바이든이 당선되고 사람들 축하하는 건 좋은데, 트럼프 지지자 시위도 예상되고 등등 다운타운 상가들 목재 등으로 가림막 하는 모습이 또 한때 뉴스가 됐다. 전국적인 현상.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운타운 곳곳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모습이었으며, 그만큼 이질적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곳이 그렇게 방어막을 두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곳곳 적지 않은 점포들이 자기 방어에 솔선하는 모습이었다. 이거, 여전히 씁쓸하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풍경.
차를 세워두고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한 곳은 밀레니엄 파크-그랜드 파크를 지나 미시건 호수변. 날씨가 미칠 듯 좋았던 만큼, 큰 성취를 이뤄냈다 마음도 너그러운 만큼 행보는 가벼웠다.
그랜트 파크 가을은 처음이다. 낙엽 제법 졌다고는 하지만, 길게 곧은 나무들 사이로 여전히 짙게 걸려있는 가을에 마음이 심란할 정도. 그 절경과 냄새는 사진에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 그냥 술처럼 취했다. 가을 사이를 걷는 사람들은 찍으면 바로 예술이 됐다, 그런 힘이 거기 있더라.
호숫가도 매우 좋았다. 볕·호수 즐기는 가족들, 조깅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시카고를 즐기는 모습들. 바다 같은 호수는 이쪽까지 ‘파도’를 넘실대며 넘칠 듯 저수량을 과시했다. 하늘은 좋았고, 수평선은 더 멀리 느껴졌다. 왼쪽 네이비 피어, 오른쪽 애들러 천문대 그리고 한가운데 등대 앞을 지나는 보트… 내가 시카고를 좋아하는 이유.
다음 강변 산책로를 목적지로 정한 것은 노천에서 맥주나 한잔할까 했던 것. 그랬던 좋은 기억이 생각나서. 밀레니엄 파크를 지나가는 길, 폐쇄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 출입이 적지 않은 ‘땅콩’(클라우드 게이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것 땜 시카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예까지 와서 안 들러볼 수가. 접근은 막아놨다. 사람들 떨어진 채 사진 찍기 여념 없고, 나도 찍고. 우리가 아니라 빈이 우리를 차단했다는 그런 느낌. #쉼 모처럼 평안해 보이는 땅콩의 역설.
이건 덤. 바닥에 이런 게 있더라.
다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식당들 규제가 행해진 탓인지 강변 식당은 연 곳이 없었다. 사람들 오가지만, 뭔가 퀭한 느낌. 그래도 ‘나 다녀간다’ 그런 반가운 인사를 남길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눈길 줄 수 있었던 것들.
간단하게 요기나 할까, 했는데, 주차한 곳 인근에 당도해 들어간 지오다노스(Giodarno’s)에서 정식으로 피자를 시켜 맥주까지 ‘식사’를 했다. 두툼한 체형을 자랑하는 딥디쉬 시카고 피자에 ‘GOOSE 312’ 시카고 맥주 드리프트.(‘312’가 시카고 전화번호 대표 국번) 가장 맛있게 먹었고, 가장 유쾌하게 마셨다. 이곳 역시 실내 영업을 못하니 바깥 좌석만 운용했다. 사람들 미어터지더라….(창가 쪽 실내 일부 영업. 괜찮은 건가, 잠깐 생각)
어두워지기전 돌아가자, 집 가기로. 그 와중 ‘여기 또 있네’ 하며 ‘아마존고’ 시카고 2호점도 발견하고. 역시 클로즈. 정작 한번도 들어가 보질 못하네.
그리고 집 다 와서야 깼다. 역시 낮술, 독하더라.
(07:19.111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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